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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나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 책은 도끼다 리뷰

극해 2018. 12. 29. 15:34


얼마 전에 책은 도끼다 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보기는 보는데 보지 못하고 듣기는 듣는데 듣지 못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심부재 시이불청 청이불문.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에서 심부재를 떼고 사용했나 보다.

책에서 화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청하는 것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하는 것은 깊이 보고 듣는다. 라고.
그리고 벤치에 앉아 앞에 있던 코스모스를 보며 그냥 꽃이 피었네. 가 아니라 각 꽃잎의 색이 다르고 보다보니 개미도 보이고 벌도 보이고 그러다보니 같은 꽆잎에서도 색의 변화에 눈에 보이고 그렇게 지긋이 보다보니 30분이 금방 지나가며 머리속에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고 했다.
나에겐 이 말이 상당히 충격이었다. 늘 보는 아무 것도 아닌 풍경도 의미를 부여하면 또 다른 풍경이 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곳의 새로운 느낌이 좋아서인데 깊이 들여다보면 단조롭다고 생각했던 내 삶에서도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채 지나치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를 여러번 보면 처음봤을때 보지 못한 디테일을 찾을 수 있듯이 말이다.

다행이도 이런 생각을 며칠때 가지고 살면서 삶자체에 감사하며 살다보니 지나가다가 문득 동래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희안해 보인다. 그냥 보면 엘리베이터인데 보다보니 동그라미가 보인다. 저 동그라미 구조물은 왜 설치된걸까 하고 계속 보니 언뜻 바퀴같다. 그러고보니 양쪽으로 두개이고, 엘리베이터 위에 비막이를 합쳐서 생각하니 마치 형상이 휠체어까지 이어졌다. 이 형상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또 이 구조를 만든 사람의 생각이 확 와닿았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구나. 단순히 표지판으로만 나타낸 것이 아니고 이렇게 간단한 구조물 하나를 추가해서 또다시 의미를 추가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이 이어졌다.

단순히 신호에 걸려서 기다리던 시간에 뭔가 하나를 더 배우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엘리베이터일 수 있지만 그안에도 만든 사람의 의도가 숨겨져있다. 다른 것들을 볼때도 식물 혹은 동물에도 신이라면 신의 의도가 진화라면 진화의 의도가 숨어있다. 이를 알려면 시청해선 안되고 견문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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