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계절처럼

[멋진 신세계] 80년 전에 이미 현대를 풍자했다. 본문

[멋진 신세계] 80년 전에 이미 현대를 풍자했다.

극해 2019. 4. 2. 23:57

아주 재밌는 책을 보았다. 사실 읽는 데는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번역체라던가 아무래도 약 80년 전에 적은 책이니 쉽게 읽히는 게 더 신기했을 거다. 참고로 소설이 발표된 해는 1932년... 지금(2019년)으로부터 77년 전이다. 작가는 올더스 헉슬리. 비슷한 시기(라곤 하지만 1949년이니 약 17년 후)에 나온 작품인 1984와 함께 디스토피아 소설이며 1984와 비슷하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소설이지만 모 만화에 나오듯 1984는 형벌에 의해 사람들이 통제되고 멋진 신세계는 제공된 쾌락을 통해 통제된다(아직 1984를 읽진 않았는데 기회 닿는 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소설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를 그린 소설로 소설상에는 포드력이 사용된다. 아마도 포드(포드 자동차를 만든 그 포드, 대량생산의 아버지 그 포드)가 신격화된 것으로 보인다(작 중 등장인물들은 놀라운 일이 있을 때면 하느님(또는 하나님)이 아닌 포드님을 찾는다.). 재밌는 설정들이 참 많은데 당시에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작가가 참 대단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계급으로 나뉘며(현대사회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듯이) 소마라는 (부작용이 없는) 마약을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사회이다. 따라서 짧은 행복은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을 위해 노력이 전혀 필요 없다(이 부분이 제일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제일 문제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많은 소설에 매력적인 인물들이 있듯 소설 멋진 신세계에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버나드 마르크스는 알파계급의 계급적으로는 제일 우위에 있는 인물이지만 체격이 작아(기본적으로 인간은 인공수정으로 인간의 자궁이 아닌 병에서 자라고 태어나기 때문에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에 이미 계급 및 체격, 심지어 그 사람의 삶까지 이미 정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체격상으로는 감마 계급 정도로 보이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다. 특유의 감수성 때문에 세상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고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항상 열등감에 차있는 인물이고 또한 결론적으로 작중 세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고 평가되는 인물이지만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이 제일 잘 된 인물이다. 내가 이 작중 세계에 산다면 이 인물과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작 이 인물도 알파 계급... 금수저다.).

버나드의 친구 헬름홀츠 왓슨은 이러한 콤플렉스가 없는 알파계급, 즉. 완벽한 캐릭터이다. 그러나 친구 버나드와 마찬가지로 작중 세계에 어울리지 못한다. 주어지는 쾌락에 의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괴로운 환경에 몰아넣고 싶다고 할 정도로 도전적인 캐릭터이다.

버나드가 사랑하는 레니나는(사실 사랑한다기보다 신경 쓰인다 정도로 생각되지만) 작중 세계의 자유연애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작중 세계에서는 아이는 병에서 태어나는 데다가 의료 수준과 과학 수준이 상당하여 죽기 전까지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더군다나 다수의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생식에 관한 능력을 상실당하기 때문에 소마(마약)와 마찬가지로 남녀의 섹스는 단지 쾌락의 추구라는 목적밖에 없기 때문에 자유연애를 한다. 여기서 자유연애란 오늘 만나고 잠자리에 드는 인물과 내일 만나고 잠자리에 드는 인물이 다른 게 당연한 수준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니나는 한 사람과 너무 오랜 연애로 오히려 동료가 이상하게 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야만인 존과 그 어머니 린다(린다는 문명인이었으나 야만인 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존을 갖는 바람에 야만인 지역에 정착한다.), 무스타파 몬드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데 각각 캐릭터가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인물중심으로 책을 읽어도 상당히 재밌다. 다만 소설의 구성이나 번역투 등이 읽는데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운 점은 이미 80년전에 이정도로 현대를 통찰력있게 예상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대는 제공되는 쾌락에 의해 보이지 않게 통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세상이라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예상해 봤다. 작중 인물과 비교하자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버나드와 비슷한 삶을 살 것 같지만 지금도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이므로 아마도 감마 계급의 하류인생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소마도 주어지고 감마보다 더 낮은 계급의 사람들도(심지어 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강제로 8~96명의 쌍둥이로 태어난다) 있으니 스스로의 삶에 혼자 만족하며 살아갈 것 같다.

처음 읽을 때 어디서 들어본 제목이다 생각했는데 유명한 책이라서 역시 들어봤을 법하구나 생각도 했다. 추가적으로 서로 비교되는 1984를 빨리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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