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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 에리히 프롬 본문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 에리히 프롬

극해 2022. 7. 7. 22:39

읽기는 힘들었지만 힘들게 읽은 만큼 인상깊은 구절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읽은 책 중 감상문을 쓰기 제일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며칠 전 유튜브 쇼츠로 옛날 교수형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있다. 모두가 보는 곳에서 대부분의 사형수가 단두대에 올라 부들부들 떨다가 가는데 어느 한 사람은 '지금 나는 생과 사의 비밀을 알려 신성한 여행을 떠난다'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죽었다고 한다. 이를 본 어느 철학자가 '저 불쌍한 영혼은 자기가 죽기 직전까지 남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신경쓰고 있다'라고 한다. 이야기를 보고 댓글을 읽었는데 댓글 반응이 철학자가 뭔데 죄수를 판단하냐는 반응이다. 


나라면 그 사형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었지만 내가 직접 현장에 있어보지 못해서 알 수 없다. 또 그 사형수가 정말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죽는 순간까지 허세를 부린건지 혹은 정말 자신이 신성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평범하고 주변에 흔히 있는 불편충이라 보통 책을 읽으면 이런부분이 불편했다 가 먼저 떠오른다. 이번 책같은 경우 사실 저 철학자가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번에 나는 댓글들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돌려서 듣기 거슬리지 않게 말해준 것인지 책이 어려워서인지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혹은 그 모두인지...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장 깊게 고민하게 된 부분은 내가 과연 내 삶에 만족하는가 이다. 나는 지금껏 나, 그리고 내 삶에 대체로 만족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만족스럽고 나는 거의 모든 순간에 나를 사랑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는 그 만족감을 검열없이 내 감정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만족하는 삶이 옳다고 주입받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어디서 주워듣고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의 삶을 만족하고 있다고 자기세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온전히 내 감정인지 혹은 만들어지거나 주입된 감정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고민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어쩌면 책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처럼 평생 답을 찾지 못할 수 있을 것같다. 다만 나는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내 삶에 만족하는 그 감정이 좋고 이 순간이 행복하니 지금 이순간에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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