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계절처럼

N포 세대 그리고 사토리 세대 본문

일상다반사

N포 세대 그리고 사토리 세대

극해 2019. 2. 16. 12:00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청년들을 이르던 말이 N포 세대였다. 시작은 3포였나?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걸로 시작해서 5포 7포를 거쳐 이제 포기하는 것도 DIY 각자에 맞게 몇가지를 포기한다 하여 수학에서 정수에 사용하는 미지수 N을 들고와 N포 세대로 이어졌었다. 당시에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 N포 세대 중 하나였고, 같은 친구들만 공감한 게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 혹은 아이의 아버지인 형들(나중에는 직장상사들도) 나의 선택에 대해 지지하거나 혹은 지지하진 않더라도 딱히 불만을 갖지 않았다.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음을 이렇게 쉽게 주변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러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보면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들이 많다. N포에서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으로 이어지는 건 무슨 상관관계냐고? 포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포기라는 것은 이룰 수 없을 때 나타난다. 특히나 N포 세대가 포기한 건 그냥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포기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생각한다. 나도 결혼을 하고 싶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 가정을 그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미래를 가정과 아이에게 투자하기 위해 더 빡세게 삶을 살아가기보다 가정과 아이를 포기하고 대신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 나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N포 세대는 당연히 그에 따른 위안을 찾기 마련이고, 이렇게 연결되면 베스트셀러는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줄 수 있는 책들이 올라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어제 오늘 사토리 세대라는 것을 보았다. 사토리 세대는 우리나라 N포세대와 비슷한 일본 청년층을 말한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N포 세대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포함되어진 느낌이라면 사토리 세대는 뜻자체가 깨달은(득도한) 세대라고 아예 마음 속에 욕망자체를 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크게 보아 다르지 않다. 결국 N포 세대와 사토리 세대 모두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는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들이다.

퇴사를 하고 방황도 하고 놀기도 엄청 놀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남보다 뒤쳐지는 느낌에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오늘도 남들은 노오력을 하는데 나는 노오력은 커녕 그냥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매일매일이 불안하고 또 매순간 나를 옭아맨다. 그러다가도 또 시간이 조금 흐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뭐어때? 라는 생각도 든다. 퇴사하고 딱 3달정도는 마냥 좋았다. 그리고 작년 연말까지는 이러한 불안감을 안고도 여전히 마냥 좋았다. 올해 초가 되면서 얼마 안되는 모아둔 돈도 바닥을 보이고 그와 함께 내 자존감도 바닥을 보였다. 그렇게 불안감이 끝을 한번 찍고 지금에 오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사토리 세대처럼 득도한 걸까?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냥 이제 마음을 편하게 갖기로 했다. 뭐... 그래 난 노력을 안했으니까 얻은 게 없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다. 노력을 아주 노오력을 열심히 했는데 얻은 게 없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이런 마음인가보다. 보상심리로부터 벗어났다. 그냥 대충 살면 좋은 것같다. 갑자기 정신승리하는 느낌이지만 뭐... 정신승리라도 해야지 뭘 하겠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