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계절처럼

불교의 만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본문

신화 or 역사

불교의 만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극해 2019. 1. 4. 23:50

최근에 본 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하켄크로이츠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등장인물 중 한명에게 다른 등장인물들이 앙심을 품고 쇠붙이를 달궈 낙인을 찍는 장면이었다. 낙인을 찍는 과정에서 한명이 이렇게 말한다.

 '방향맞춰서 잘 찍어. 반대방향이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니까 말야.'

그리고 그 찍힌 문양은 하켄크로이츠였다.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라는 뜻)를 찍음으로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그런 의미였던 것같다. 사실 동양권에서는 나치의 상징이라기보다 불교의 상징으로 더 익숙한 문양인 卍. 서양에서는 이 문양이 나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굳어져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이 금기시되고 있다.

 

 

유럽여행을 갈 때, 불교신자들이 무심코 하고 있던 목걸이나 반지에 있는 卍자 문양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고 하니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욱일기 문양을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를 묶어서, 즉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들의 상징기를 일컬어 전범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이 문양은 나치 이전에도 사용되던 문양이고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된 문양이기 때문에 어떤 한가지 의미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독일에서 하켄크로이츠라고 부르듯, 우리나라에서는 만(卍)이라고 읽고, 그리스어로는 감마디온, 라틴어로 크룩스 감마타, 산스크리트어로 스와스티카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그 뜻 또한 인도에서는 행운과 윤회의 상징이며, 불교에서는 길상해운, 스와스티카는 모든 것은 순환하며 하나, 사랑과 평화의 상징 등 다양하다. 다만 가장 알려진 뜻은 역시 하켄크로이츠(나치의 상징)와 만(불교의 상징)으로 보인다.

 

 

방향에 따라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불교의 만자로 나뉜다고 미드에서도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불교 관련 유물 등에서 오른쪽방향 왼쪽방향 모두 발견되며 방향에 따른 의미가 다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이 모양도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기울이면 나치의 상징이 된다. 또 서양, 특히 유럽권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모양이기 때문에 비록 종교적인 의미더라도 유럽여행 시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실... 오늘도 책(생각버리기 연습)을 읽다가 만(慢)이라는 번뇌에 관해 찾아보고 싶어져서 '불교 만'이라고 찾아본건데... 찾다보니 불교의 상징 卍과 만이라서 자연스레 만(卍)으로 이어지고, 하켄크로이츠와 비교하는 글들이 많다보니 그렇게 읽어가다보니 최근 가장 열심히 보고 있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연결되면서 원래 계획과는 다르지만 불교 만(卍)과 하켄크로이츠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뭐... 결론은 하켄크로이츠가 나치의 상징이지만 기원은 나쁜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누가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가에 따라 의미부여가 되어 좋지 않은 글자가 되어버린 셈... 글자뿐 아니라 어떤 것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선악이 달라질 수 있으니,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왕이면 좋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고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ps. 난 매일 일상다반사로 글을 적기 시작해서 적고 나면 다른 게시판으로 보내는 것같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