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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계절처럼
나는 술을 잘하지 못한다. 나는 술이 약하다. 나는 술을 못 마신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나는 술자리도 좋아한다. 나는 술과 그 문화를 즐긴다. 어울리지 않는 저 말들은 모두 나이다. 책 아무튼 술을 아껴보고 있지만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아껴보고 있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고 그냥 책 읽는 습관이 아직이라 시간 날 때마다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 보고 있다. 책을 다 읽어가는 이 시점에 느끼는 것은 새삼스럽지만 김혼비 작가는 술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글에서 느껴진다. 어쩌면 이 사람은 지금도 취해있을 것이란 것이. 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니다. 어떤 술도 한두잔이면 취해버리고 만다. 내가 술을 제대로 접한 건 대학생 때였는데 여전히 우리나라엔 술 권하는 문화가 강했다. ..
아무튼 술을 읽다가 수능 백일주 얘기가 나와서 적어보는데, 나도 수능 백일주 문화가 있었다. 친구 3명과 함께 총 4명이 함께 술을 마시기로 약속은 잡았는데, 단속을 피해 술집을 들어갈 용기가 없던 우리는 당시 주점을 운영하시던 어머니께 코로나 맥주 10여병을 받아 우리집에 둘러앉아 술을 마셨는데 새벽에 들어온 어머니가 마주한 광경은 난장판이 된 집과 토사물로 범벅이 된 화장실, 여기저기 쓰러져 잠든 우리, 그리고 비어있는 2-3명의 맥주병과 검은 봉투째 냉장고에 넣어둔 남은 맥주들이었다. 그렇다. 나는 시작부터 술이 잘맞는 몸은 아니었다(얼굴만 보면 말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술을 그렇게 시작하고 지금은 술을 정말 좋아하지만 여전히 한잔(다행히도 주종은 가리지 않는다.)이면 다음을 기약해..
잠은 오고 머리는 복잡하고 인생 참 어렵다.